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결정했을 때부터 이미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예고됐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의 대외 안보정책이 초래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양상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마저도 끝장내고 과거와 다른 미국의 대외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1. 고립주의에서 간섭주의로
미국은 프랑스의 도움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느슨한 연방제 국가로 출발했다. 중앙정부라 부를 만한 체계도 못갖춘 미국은 내부 정파 싸움에서 연방파가 힘을 얻게 되면서 연방정부를 조금씩 강화해 나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앙권력을 행사하는 연방정부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미국인들의 사고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총기자유화를 여전히 추구하는 움직임부터 티파티 운동 등 일부 보수우익 성향 정치세력들은 늘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외교정책에서도 고립주의가 미국의 전통적인 성향이다. 독립전쟁이 북미 대륙을 식민지로 만든 영국에 대한 저항 성격이기도 한 데다 영국의 재침공, 스페인과의 갈등 상황을 겪으며 미국은 미주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럽 강국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감을 바탕으로 대외정책을 유지해 왔다.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지던 이러한 미국의 고립주의는 우리도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테니 유럽도 미 대륙에 대한 어떠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행사하지 말라는 상호주의 수준이었다.
비약적인 산업국가로의 성장과 함께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미국은 이러한 고립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유럽 열강의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화가 전쟁으로 비화하면서 미국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은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나라가 되면서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간섭주의로 나아가게 된다.
2. 미국-유럽 관계 변화의 향방은?
2차 세계대전과 그 직후 공산권인 소련에 대항하는 냉전 체제에서 미국은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럽 열강의 식민지를 차츰 없애기 시작했다. 이들 유럽 열강도 전쟁을 거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식민지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들 유럽 열강에 막대한 경제 지원과 군사 원조로 자유무역 체제를 완성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미국 제조업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었다. 유럽과 유럽 식민지가 새로운 미국 제조업의 무역 진출 대상 지역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여전히 지도력을 발휘하는 유럽 각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련에 대항하는 나토도 이끌고 유럽 제조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등을 가능케 하며 대국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냉전 해체 이후 점차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미국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몰리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스스로 안보동맹인 나토를 운영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원조한 군사비용도 받아냈다는 의지를 관철시키기 시작했다. 평소 나토 주요 동맹국들에도 이러한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군사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3.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결국 이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이었던 간섭주의에서 고립주의로 전환하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결국 각 지역 패권국가들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아시아는 중국이란 거대 패권국뿐만 아니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 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패권 경쟁이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미국이나 러시아가 개입하거나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아니다. 특히 유럽은 유럽대륙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느라 그럴 여유가 더더욱 없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협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실상 승전으로 마무리하게 됐지만 그동안의 출혈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도 서로를 향한 견제로 피로가 쌓인 데다 여전히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이제 각자의 상황에 맞춰 경제와 안보 동맹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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