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위주의냐 무력주의냐?
난데없이 국군의날에 시가지 행진이라니. 군에 다녀온 이들 대부분은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생소할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을 끝으로 국군의날에 군과 군 장비의 도심 행진은 사라진지 오래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지만 국군의 날은 국군이 주인공이니 웬만하면 쉬게 해주는 게 군의 사기를 위해서도 적절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주변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인 듯하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더해 러시아와의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확실히 동아시아의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동맹국으로 자리잡으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까지 규합해 미국의 든든한 동맹 체제를 구성하는 데 앞장서는 형국이다. 북한과의 긴장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할 때다. 특히 북한을 중국이나 러시아에 빼앗긴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더욱 철저하게 털어낼 수 있도록 강제하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리더쉽을 발휘할 수도 있다. 경제 상황도 일본보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데다 실질적인 군사 강국으로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 주요 안보 축으로 우뚝 서려면 남북관계부터 잘 풀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안에서나 쓸모있는 권위주의와 무력주의는 도통 필요가 없어 보인다.
시민과 군을 사랑할 줄 아는 덕의 필요성
그날 10월 1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군에 다녀온 이들은 알겠지만 비를 맞으면 총기부터 각종 무기와 장비는 따로 청소와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시가행진을 했을텐데 중간에 비가 그쳤다 해도 일단 총기부터 손질해야 할 것이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전투복이나 정복도 세탁해야 한다. '부대정비'라 불리는 이 과정이 훈련 만큼이나 힘들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군을 배려하고 아낀다면 굳이 이런 대규모 시가행진이 이날의 주인공인 군 장병에게는 얼마나 고생을 시키는 일일 것인가. 물론, 백번 양보해도 이런 행사가 많은 이들에게 우리 군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커다란 이벤트라 해도 2년 연속 하는 것에 결코 박수를 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론의 교묘한 윤비어천가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와의 전략적 관계에 따라서인지 별다른 비판을 내보내지 않았다. 실제 그날 많은 시민들이 교통 통제나 보행 제한으로 고통을 겪고 분통을 터뜨렸는 데도 말이다. 군 내부의 불만은 아예 취재가 불가할테니 더더욱 반영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날 군 시가행진으로 하루 온종일 대통령과 참모는 시간을 빼앗겼다. 군부 정권도 아니고 이런 데 시간을 온통 쏟을 정도라니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걸까.
마지막으로 안보 환경을 봐도 그다지 훌륭한 이벤트로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북한, 러시아, 중국 등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독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군 시가행진에 이렇게 공을 들인다는 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한심하단 생각밖에 들진 않는다. 보수 언론에서 작은 비판 글조차 보이지 않다는 것은 더더욱 심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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