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이 신친일파?
뉴라이트 인사인 김형석이란 인물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되면서 독립운동가 유공자와 그 후손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가 뭘까. 뉴라이트는 대한민국 역사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당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정치운동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우익이란 뜻인데 일단 이것부터가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우파와 좌파는 정치에서 일반적으로 지키려는 자와 더욱 발전시키려는 자를 일컫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우파라 불리는 이들은 20세기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에서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켜온 세력들을 주로 일컬어 왔다. 그럼에도 이들 우파 역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거나 일본을 마냥 찬양하진 않았다. 한국인임을 자각하고 있는 데다 어느 정도 자신의 친일 행각을 부끄러워할 줄도 알았다. 무엇보다 대다수 한국인들의 일제강점기에 대한 마음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는 이들 올드라이트와는 다른 출발점에 있었다. 일단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각을 벌인 적이 없다. 군사독재시절에는 좌파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동구권의 붕괴를 계기로 또는 북한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전향한 인물들이 많다. 이념에만 사로잡혀 있던 인물은 또 다른 이념을 찾기 마련이다. 이제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에 대한 사고부터 다시 하게 된다. 뉴라이트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결코 대한민국에서 환영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국적이 일본이란 소리를 해대면서 일본의 국권 강탈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인사가 다른 곳도 아닌, 독립기념관을 이끄는 관장에 올랐으니 각계각층의 반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형국이다.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주장부터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뿌리는 조선에 대한 철저한 부정
식민지 근대화론이라 불리는 일본의 조선 지배에 대한 합리화는 일본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만들어낸 논리다. 조선이 워낙 썩어있기 때문에 일본이 직접 근대화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는 식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에 대한 논리와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가 뿌리깊이 지식인 층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느냐는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못났기 때문이라는 건데 결국 여기서 두 갈래 길로 나아간다. 하나는 우리도 힘을 키워 무장투쟁 등 다양한 싸움에 나서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일본화하자는 논리가 그것이다. 뿌리는 같다. 우리가 못났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왕조와 그 체제가 너무나 후진적이고 엉망이라 나를 빼앗긴 것이라는 사고는 공통됐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세세한 기록을 남기고 성리학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조선왕조의 지배 세력을 무조건 깍아내릴 순 없는 법이다. 조선은 주변 국가보다 세금도 적게 걷었을뿐만 아니라 언로를 열고 글을 잘 쓰고 책을 많이 읽은 이들을 우대한 문화국가였다.
뉴라이트는 이러한 조선을 여전히 깍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 인사의 유튜브나 저서와 발언들을 보면 조선은 무조건 청산돼야 했을 쓰레기다. 그런 조선이 뭐가 좋다는 것이냐는 식의 주장이 난무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백범 김구 등 독립운동세력이 벌인 무장투쟁을 테러로 규정하기까지 한다. 결국 일본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장한 논리를 똑같이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식민지화 전략에 부응하는 것일뿐?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이 땅, 이 나라의 역사는 무조건 칭송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할 부분은 비판해야 하고 그것이 미래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다. 하지만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비판이나 폄훼로 이익을 보는 쪽은 일본일 뿐이다.
일본은 미국 하버드대학에도 친일 교수를 만들 정도로 해외에서 상당한 외교력과 로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마치 이스라엘처럼 역사는 물론, 현재 일본의 과제도 친일 인사를 많이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교묘하게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일본 정부의 돈을 받고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미화하는 데 앞장 선다. 미국 교수조차 말이다.
일본은 앞으로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시 대동아공영권을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우파 정권은 무조건 친일에 가까웠던 것도 이러한 일본의 전략이 먹힌 것은 아니었을까. 가미가제와 같은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고 더욱 정교한 전략으로 일단 한국부터 속국처럼 만들고자 친일 정부가 선거에서 이기도록 공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련의 일들이 더 위험해 보인다.
'정치와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트럼프와 해리스, 누가 더 대한민국에 이득이 될까? (10) | 2024.09.16 |
|---|---|
| 친일과 친일 합리화의 천박함 (12) | 2024.09.01 |
| 도널드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1) | 2024.08.01 |
| 추모와 위로 대신 혐오와 의심으로 사회를 혼란케 하라! (0) | 2024.07.30 |
| 백종원 논란, 언론이 원하던 타이밍에 걸려들었나? (9) | 202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