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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언론

홍세화, 90년대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대학생은 없으리

by 통일동이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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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표지 갈무리

 

1990년대만 해도 대학에는 진보의 기운이 충만했다. 다양한 좌파 학생운동이 등장하던 시절이다. 

 그 당시 기본적으로 1980년대 대학생들과 분기점이 될 만한 책들을 몇 권 꼽을 수 있다. '전태일 평전'과 '노동의 새벽' 같은 전기와 시집은 기본이었고 '철학에세이', '바보과대표' 같은 책은 스테디셀러라 불릴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읽어본 베스트셀러는 1995년 출간한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다.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공안사건이 터질 무렵 때마침 프랑스 파리에 있던 저자 홍세화는 망명을 신청했다. 얼굴은 지극히 순하고 평범한 인상이었던 그가 기억난다. 

 

 당시 책 표지에는 저자의 사진이 실리곤 했는데 그땐 그랬다. 그리고 그의 책에서 만난 프랑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기 그지없었다. 

 똘레랑스

 1980년대까지 한국인이 TV와 신문, 그리고 책 등의 매체로 접할 수 있는 나라의 범위는 상당히 적었다. 해외여행이 1989년엔가 자유화 됐으니 외국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미국과 일본에 편향됐던 대중의 지식과 정보가 넓어지기 시작한 게 1990년대였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거나 수박 겉핥기식이 대부분이었다. 관광이나 여행 정보 또는 개괄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가 대혁명 이후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 단어가 있다면 단연코 '똘레랑스'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관용'이란 뜻이다. 프랑스 사회 특유의 관용 문화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형성된 민주주의 습관 중 하나다. 너와 나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이 책의 가치는 유럽 좌파의 이념을 어느 정도 소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특히 '똘레랑스'는 프랑스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다. 좌파와 우파가 함께 건강하게 논쟁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셈이다. 

 정치와 언론

홍세화 씨(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홍세화 씨는 올해 4월 18일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파리에 있으면서 1987년 6월 항쟁 이후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언론 자유가 대폭 확대되자 당시 진보 언론으로 재야세력과 민주화 운동에 나선 시민들이 힘을 모아 창간한 한겨레신문에 글을 기고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프랑스에서의 생활과 그 속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마침내 쓰게 된 것이다. 

 

 2002년 사회 명사가 된 홍세화 씨는 영구 귀국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마침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룬 시절이었다. 때마침 이 해 대선은 노무현 바람이 일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책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1999년 출간해 또다시 감동을 안긴 시점이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 한국 사회에서 언론 활동과 함께 좌파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누구나 알지만 대한민국에서 좌파라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은 사실 유럽 기준으로는 보수 정당이다. 국민의 힘은 보수정당이라기보단 영남지역정당 또는 친일파후손들의 수구정당일뿐이다. 극도로 우경화된 한국사회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치 지형이다. 

 

 이제 민주당과 같은 보수정당이 한국 사회 대다수를 차지한 듯 보인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비루함은 여전해서 고인의 별세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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