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대한민국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고배를 마셨다.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에 캐나다는 기술이나 경제적 이해보다 외교안보를 종합해 고려한 듯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카니 캐나다 총리를 직접 만나기도 했으나 캐나다로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NATO)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캐나다는 늘 유럽과 끈끈한 안보 동맹을 맺어왔다. 영 연방 국가로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에도 참전했으며 당시 많은 희생을 치렀다. 21세기 들어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가 성장하고 그 비중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캐나다도 이 지역과의 교류 및 접촉면을 넓혀나가던 찰나에 유럽과 북미대륙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안보 변수가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발점이었다. 사실 미국이 부추긴 이 전쟁으로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안보 위협감이 커졌다. 그 전까지 러시아와 에너지 연결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던 추세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던 미국은 독일 등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나라들을 떼어놓으려 했고 이 전쟁을 통해 확실히 떼어냈다. 유명무실해지던 나토는 다시 미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러시아에 대항하는 블록이 됐다.
캐나다는 유럽은 물론, 미국과도 굳건한 동맹관계이기에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런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과 함께 태평양 건너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캐나다로서는 나토와의 관계를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또 다른 변수는 이웃나라 미국에서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미국의 네오콘 외교정책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일방적 견제와 동맹국들을 동원하는 구조였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바뀌면서 노골적인 동맹국 때리기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캐나다는 바로 이웃나라인 미국과 서먹해진 관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한 개 주 정도로 취급하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캐나다는 오래 전에 이미 사그라진 미국의 침략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마저 자국 영토에 편입하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까지 했으니 캐나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시 캐나다는 유럽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미국을 견제하려면 또 다른 힘을 가진 나라들과의 동맹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요한 동맹이지만 미국과도 과도하게 친밀하다는 점 역시 고려했을 것이다. 결국 캐나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독일-노르웨이에 이번 잠수함 수주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K-방산은 산업 성격상 군사안보 및 동맹관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더 이상 미국의 그늘 아래에서는 K-방산도 제대로 꽃을 피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이거나 아예 새로운 판을 짜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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