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를 마구 찍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대세에 편승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1990년대까지 한국 가요계는 대세를 따르는 가운데 비슷한 풍의 노래 또는 표절로 신선함을 가미한 노래가 장르 유행과 더불어 비슷하게 반복되는 경향이 계속됐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라드가 대세였다. 신승훈, 변진섭, 이승환, 조정현 등 남성 발라드 가수들이 인기를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각자의 목소리와 개성에 맞는 노래였지만 멜로디나 편곡 등은 비슷했다. 그러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는 댄스가 가요계 주류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때부터는 음악 장르가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단순히 어느 한 장르만 독식하진 않았다.
최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영화 <와일드씽>은 어떨까. 2001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 속 국내 가요계는 댄스가 우세인 가운데 역시 발라드 가수들의 인기도 상당했다. 다만 이 시기에는 리듬앤블루스 발라드가 대세였던 시절이다. 영화 속 최성곤은 오히려 1990년대 중후반 서지원, 이지훈 등의 노래와 비슷하다. 특히 '니가 좋아'는 쉽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중독성 강한 선율에 너무 단순해서 조금만 비틀어도 웃음을 터뜨릴 내용의 노랫말이 흥미롭다.
'니가 좋아. 니가 예뻐서 좋아. 좋아 죽겠어.' 등 그냥 10대들이 아무런 꾸밈없이 말하는 사랑의 언어를 고스란히 옮긴 데다 이 노래를 부르며 몹쓸 2001년 가요계를 재현한 오정세는 무려 1977년생이니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하얀 옷과 고운 장발을 자랑하는 최성곤을 연출한 오정세가 스무살이었던 시절은 1996년이었다.

어쨌든 이 노래는 이 영화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우리의 김부장 류승룡이 수염 덥수룩한 얼굴에 나머진 오정세의 최성곤과 동일한 연출로 등장해 따라불러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도전의식처럼 여러 밈이 제작됐고 AI(인공지능)까지 동원한 여러 영상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영화와 별개로 이 노래의 중독성과 재미에 흠뻑 취한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 노래 밈 덕분에 영화의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듯하다. 이제 이 노래는 여러 편곡으로 변형되면서 유튜브 쇼츠와 틱톡 등에서도 새로운 영상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 이 파장은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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