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와 언론

미국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왕을 선택할 뻔했다?

by 통일동이 2026. 3. 30.
728x90

조지 워싱턴을 대통령이 아니라 군주로 착각한 미국 국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식 모습. 제미나이 AI 이미지.

 

 최근 미국에서 '왕은 없다(No Kings)'란 구호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왕이 없는 나라긴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을까?

 

 현대 민주주의 국가 중 원조에 해당하는 미국은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영국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왕당파 세력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식민지에 대한 본국 정부의 과세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한 독립전쟁은 극단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래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뉴욕과 동부 일대 근처에 영국 청교도들이 처음 정착한 이후 북쪽 캐나다에는 프랑스인들이 새롭게 정착하고 남부와 멕시코만 일대는 프랑스가 역시 식민지로 개척하면서 미국 토착인들이 살던 땅을 이리저리 나누며 갈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영국이 입헌군주제 국가답게 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대표가 모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미국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다른 유럽 절대군주제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영국은 전쟁 비용 상승으로 세금을 더 걷어야 했다. 아직 대표를 파견하고 있지 못한 미국 식민지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쟁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진다. 이에 반발한 미국인들은 특히 관세가 부과된 차부터 불매 운동에 들어간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당시 미국 토착민으로 변장한 이들이 영국 상선의 차상자를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려 쓸 수 없게 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18세기였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급진적인 공화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대다수는 군주제를 당연시했고 임금 없는 나라는 상상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혁명가들은 왕마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독립전쟁이 건국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없지 않았다. 영국처럼 입헌군주제를 하자니 왕이 생겨나야 하는데 영국왕을 지배자로 받아들이지 않아 봉기한 상황에서 새로 군주를 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입헌군주제 외에 절대군주제가 일반적이었던 전 세계 정치체제에서 왕이 없는 정치 체제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조지 워싱턴 장군을 '폐하'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수천년 간 임금(King)이 다스리던 체제에서 살던 이들에게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 호칭에서도 군주의 의미를 퇴색시키려 애를 썼다. 로마 시대 존재했던 '집정관(Consul)'이란 이름으로 부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회의를 주재하다(Preside)란 말에서 나온 회의 주재자(President)로 하자고 주장했고 관철시켰다. 우리가 대통령으로 번역했지만 이는 일본식 번역어이고 사실상 '회의 주재자'란 의미다. 

 

 당시 미국은 독립 직후부터 각 주의 독립된 권한과 권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해밀턴 같은 인물들은 독립 초반에는 강력한 연방국가여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각 주의 권한에 너무 무게가 실리면 외부 침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어느 정도 관철됐다가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연방정부의 힘이 막강해졌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기 아래에서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 분쟁에 참견해왔다. 챗GPT AI 이미지.,

 

 그러나 대통령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미국인들은 저절로 이에 대한 반감을 가진다. 총기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방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보다 더 강력한 미국의 전통인 셈이다. 하지만 보수정치인들은 총기규제 반대로 이런 반 연방주의에 발을 담궈왔다. 그런데 보수정당인 공화당의 대통령인 트럼프가 최근 반연방주의를 자꾸만 자극하고 있다. 남북전쟁 당시처럼 민주당이 반 연방주의와 함께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집중 견제에 다시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역설적인 사건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