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하지 중장은 억울했을 것이다. 아시아에 대해 무지한 자신을 작아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역동적인 한국 땅으로 보냈으니 다가올 후폭풍은 전혀 알 수 없었다.
20세기 초 미국은 조선을 필리핀보다도 못한 나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일본이 점찍은 이 나라보다 필리핀이 훨씬 더 얻을 게 많다고 여겼을테니 말이다. 미국은 아시아에 상당히 무지한 상태로 임하다가 큰코 다치곤 했는데 특히 한국과 베트남은 몰라서 제대로 당하게 된다.
사실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무시하는 것은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정복 및 지배 전략을 짰다는 게 당시 미국과의 차이점이었다. 미국은 이미 태평양 전쟁의 상대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함께 손잡고 일본을 상대로 싸우고 있던 동맹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들 주요 아시아 국가 외에는 거의 모든 나라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 아직 주둔 중이던 일본군은 소련이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잔뜩 긴장해서 모든 걸 내어줄 각오까지 했다. 하지만 미군이 38선 이남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쾌재를 불렀다. 이후 일본은 공작을 벌여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CIA의 전신인 OSS가 중국에서 한국의 광복군과 연합작전을 계획하고 교류도 있었지만 일본의 항복 이후 미국 태평양사령부에서는 하지 중장을 미군정사령관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일본 조선주둔군은 이런 하지 중장에게 잘못된 정보를 계속 보냈다. 특히 미군은 상륙하기 전부터 일본군으로부터 한국인들의 잔인함과 반골기질을 지속해서 들어야 했다. 당연히 미군들은 잔뜩 긴장한 채 한국에 상륙했고 군정 역시 한국 내에서의 자발적인 정치 행위를 모조리 금지시키고 무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일본 측 정보만 믿고 개인 자격으로 귀국하라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시책을 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 정보가 모자랐기 때문은 아니었다.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한국 내 정치 상황과 민족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객관적인 정보 수집으로 다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무시했다. 무식한 게 아니라 무지했던 게 맞다. 그렇게 한국을 무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군정 내내 물가폭등부터 좌우익 폭력사태 등 극심한 혼란만 빚어냈고 그 와중에 제주도에서는 4.3항쟁과 우익 테러리스트들의 일방적인 학살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모른 체 했다. 역시 무시한 것이다. 한국전쟁 중에는 구 조선주둔 일본군을 투입하자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이승만 대통령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 대통령은 그렇게 되면 일본군부터 무찌르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전까지 미국은 이승만 정부가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역시 무시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도 북한군을 얕봤다가 대전 전투에서 대패하기도 했다. 중국군의 참전 역시 정보는 습득했지만 중국을 무시해서 이를 묵살했다가 역시 크게 당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을 위시한 여러 동맹국 중 가장 제조업 능력을 잘 보전하고 있는 나라가 됐다. 이젠 일본보다 더 가치있는 나라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런 나라에 지금 미국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협박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더 이상 한국에 실수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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