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으로 미국이 다시 세계질서에 개입하는 경찰국가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아니다.
20세기에 태어난 많은 이들에게 미국은 세계 질서의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전체 역사를 통틀어 100년 이상 지속됐던 건 고립주의였다. 먼로 대통령이 표방한 이래로 미국은 유럽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테니 신대륙에 유럽이 개입하지 말라는 게 고립주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남미를 포함한 이 지역에서 유럽과 각을 세우며 힘을 키워왔다. 독립전쟁을 거치며 영국과 싸우고 독립 이후에도 영국과 한 차례 더 전쟁을 벌인 이후 19세기 말에는 태평양까지 진출하며 알래스카까지 획득한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중남미를 포함한 미대륙의 패권국가로 발돋움했다.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이 터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고립주의 외교를 고수했다. 국민들도 유럽의 일에 신경쓰지 말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작전 등으로 결국 러시아가 빠진 연합국에 합류한 미국은 어마어마한 힘을 과시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미국은 다시 고립주의로 빠져든다. 우드로 윌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국제연맹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자국의 이익에만 충실한 지역 패권국가였다.
특히 파나마 운하 건설부터 중남미에 대한 개입이 점점 심화하면서 미국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통제력만은 반드시 유지하려고 애썼다. 고립주의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행태가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을 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경찰국가로 세계 질서 재편을 주도하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고립주의로 전환했다. 불필요하게 다른 대륙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지역패권 유지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이번에 드러낸 것이다. 다음 타깃은 콜롬비아로 보인다.
파나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모두 중국의 진출이 활발한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를 손보면서 중국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역 패권은 미국에 있다고 말이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미국이 골치를 썩히고 있는 코카인 등 마약 원산지로 이미 1980년대부터 유명했다. 그런 데다 둘 다 반미 성향의 지도자가 선거로 집권했으며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미국은 공작을 하거나 대놓고 군사력을 행사하며 중남미 국가들 중 작은 나라들에는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번엔 좀 더 노골적이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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