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아메리카 시대로 꼽는 시대 중 하나가 19세기 후반의 미국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바로 이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자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때가 미국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시작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당시 공화당은 오늘날과 달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이후 혁신적인 정당 성격이 강했다.
보수적인 남부 귀족 부농층보다는 북부 신흥 자본가와 산업가 편이었으며 노예 해방과 인권, 그리고 중남미의 독립에 우호적이었다. 특히 19세기에는 독점 자본에 반대하고 심지어 규제법안까지 내놓는 등 상당히 진보적인 정당이었다.
그러나 그런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남북전쟁에 참전했고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상당히 소박하고 애처가였던 인물이었다. 당시 유럽과의 경쟁에서 점점 이점을 살려 성장해가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정책을 펼쳤고 앞마당인 카리브해에서 쿠바 등 식민지 주민들을 탄압하던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쿠바, 괌, 필리핀까지 새롭게 영향권 내지는 영토로 편입했다. 뿐만 아니라 하와이도 결국 병합했다.
지금까지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행동과 비슷하지 않나? 동맹국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고 불필요한 전쟁은 하지 않되 새로운 영토나 지역 패권을 위해 무력을 동원한다. 베네수엘라는 아무리 독재자라 해도 민주적으로 뽑힌 타국 대통령을 군사력을 동원해 납치해서 미국 법정에 세웠고 베네수엘라를 간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미국과 인접한 상태에서 이미 군사기지까지 확보하고 군함이나 비행기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그린란드를 아예 병합하겠다고 덴마크를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이 19세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위시해 심지어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까지 전 세계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경쟁하던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다. 이미 20세기를 거치며 그런 제국주의 질서를 무너뜨린 게 미국이다. 19세기 매킨리 대통령 시절이야 제국주의 시대였음에도 식민지를 식민지가 아니라 문명화하기 위한 것이라 포장하기까지 했던 미국이다. 이 중 쿠바나 필리핀은 모두 독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제국주의 시절과 다름없는 행동을 한다면 21세기에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일단 모든 동맹국이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제 미국 무기를 수입하는 것부터가 안보 저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안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다. 미국의 경쟁 상대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면, 자체 생산과 개발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과 무역부터 외교까지 깊은 관계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당장 유럽은 지역의 또 다른 패권국인 러시아 때문에 당장 미국과 관계를 끊을 수 없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해결되고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한 이후로는 미국을 멀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의 용광로 같은 다자주의도 점점 빛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나 이민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AI 등 미국이 여전히 경쟁력을 크게 갖고 있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항한 경쟁력부터 갖춰나가기 위한 은밀한 동맹이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스스로 선택한 고립주의에 빠지면서 미국은 19세기 후반과 달리 오히려 그 당시 수준으로 퇴보하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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