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에서는 조용하게 개봉한 중국 영화 한 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분히 의도됐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물론, 역사적 진실을 담은 작품이다. 난징대학살을 다뤘기 때문이다. 바로 영화 <난징사진관>이다.
1937년 중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일본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먼저 공격했다. 문제는 상하이에서 의외로 중국군의 강력한 저항에 봉착하면서 속전속결로 이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하려 했던 일본군은 좌절을 겪게 된다. 청일전쟁 때 중국군을 생각했던 일본군은 독일군의 도움을 받아 최신예 무기로 무장하고 훈련까지 받은 중국 국민당 정부군의 저항에 상하이 점령이 지지부진하게 됐던 것이다.
일본 육군의 어리석은 전선 확대는 이 때도 시작됐다. 상하이를 가까스로 점령한 후 일본군은 상부의 확전 자제 명령을 무시하고 난징으로 향한다. 당시 중국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을 함락하는 것은 일본군의 명예를 드높이는 상징적인 성과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국민당 정부는 난징을 전략적으로 지켜야 할 곳으로 보지 않고 신속히 충칭으로 대피한다. 일부 중국군이 남아 난징을 사수하겠다고 했는데 탕성즈란 인물이었다. 그는 끝까지 남아서 지키기로 했우너 역부족으로 결국 도망치듯 우한으로 도피하고 만다. 이후 일본군은 중국군 색출 명목으로 미처 피난하지 못한 난징시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무려 1개월여의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규모의 중국인들이 학살당했고 훈련용으로 총검에 찔리거나 재미 삼아 죽임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여성과 미성년자들도 성폭행을 당했다. 아기들마저 학살하면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일본군의 잔인무도한 만행은 역사에 기록된 가장 강력한 제노사이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은 일본의 인종주의를 생각하면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독일군은 병사들이 유대인 학살로 인해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자 공장식 대량학살로 방향을 틀어 이 또한 용서받을 수 없지만 수많은 유대인을 제거했다. 하지만 일본군은 총칼로 사람 죽이는 것을 황군의 명예로 포장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전쟁 종식 후에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이 중일 수교 당시였다. 마오쩌뚱은 스스로 승전국이라면서 배상은 필요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로 인해 난징대학살 피해 배상은 묵살되고 말았다. 당시 난징 시민들이 억울함을 표시하면서 항의했다고 하지만 당시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를 철저히 억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 <난징사진관>을 보니 중국인들에게 역사를 잊지 말자면서 마치 적개심을 상당히 고조시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731부대와 관련한 영화도 개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중국은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된 후 중국은 마치 철저히 준비한 듯 이번에 강력한 대응책을 선보이며 완벽하진 않아도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듯하다.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는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이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이로 인해 미중간 관세전쟁은 당분간 휴전하게 됐다. 서로에 대한 관세도 유예하는 등 소강상태다. 이제 중국은 미국 동맹국 중 한국과 일본 중 일본을 다음 타깃으로 정한 듯하다.
일단 일본은 미국에 너무 쉽게 항복하듯 관세협상에서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 대만 강경 발언 등 새로운 총리의 극우적 성향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한미일 동맹에서 가장 약한 고리를 일본으로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북한과 여전히 휴전 상태인 한국보다 더 위협적인 나라일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손을 봐주겠다고 마음 먹은 듯하다. 더구나 일본으로부터의 침략 역사를 공유하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결국 역사의 복수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당분간 길게 일본은 중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점점 고립시키려는 전략에 빠져들 수 있다.
더구나 미국도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핵추진 잠수함을 일본이 아닌, 한국에 주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미국 역시 일본을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미국은 늘 동아시아에서 제1동맹국을 일본으로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번 결정은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로 판단해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은 미중 양 강대국의 공격을 동시에 받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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