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APEC은 여러모로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행보를 보여줬다. 이제 미국은 중국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빠졌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정상 간 6년여만의 만남이 APEC에서 이뤄졌고 무역 갈등이 촉발한 두 나라 간 극한 대결은 일단 멈출 수 있었다. 특히 서로를 향해 내어놓은 칼을 잠시 내려놓는 것에는 합의했다.
미국이 먼저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집권 시절이었다. 이후 정권이 바뀌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 관세는 유지됐다. 그러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잠잠했던 두 나라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똑같은 관세로 대응하더니 전 세계에서 90% 비중을 차지하는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이 카드를 갖고 있으면 급격하게 약해지곤 했다. 희토류는 미국 군수무기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첨단전자제품에는 필수적이다. 당장 희토류를 공급받지 못하면 미국은 국방 유지조차 힘들어진다.
더구나 미국은 국민들의 선거로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과 그를 도울 수 있는 의회를 뽑는 나라다.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의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이걸 브라질 등 중남미로 바꿔버렸다. 가뜩이나 관세로 인해 물가까지 오른 데다 농산물이 팔리지 않고 썩어가자 당장 미국 농민들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들도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조짐을 보였다.
물론,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헤게모니를 장악한 데다 달러 패권으로 강력한 세계 경제 지배 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국방력도 천조국이란 이름으로 불릴 만큼 어마어마해서 아직 중국이 대적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하지만 그런 미국도 이젠 흔들리고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이번에 잘 보여줬다. 미국이 밀리는 모습을 자꾸 노출하면 그동안 미국 눈치를 보던 적대국은 물론, 동맹국들까지 등을 돌리거나 긴밀한 관계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이런 식의 관세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미국이 성장하면서 겪어왔던 수많은 패권국들과 비교해서 중국이 차원이 다른 패권국이라는 점도 명확히 보여줬다. 영국, 독일, 일본, 소련 등 그동안 미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들 패권국과의 대결에서 늘 승리를 거둬왔다. 하지만 중국대륙에 존재하는 나라는 전통의 강국이다. 수천년 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력과 군사력을 자랑했던 지역이다. 지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패권국으로 늘 인정받던 지역이다. 국가라기보다 지역으로서 패권을 확립하는 존재이기에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잠시 이 지역에서 패권을 가진 국가가 없었던 것일뿐 이제 다시 중국 대륙 패권을 거머쥔 국가가 탄생했으므로 미국이 이를 물리치기란 마땅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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