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승만 되살리기 또는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보수가 갈길을 잃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보수의 가장 큰 강점은 유능함이었다. 바로 경제와 안보에서의 유능함 말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긴 했지만 독재에 골몰하다가 그 유능한 분야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 만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에서 성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차게 뛰어온 역사다.
대한민국 보수인물 중 가장 유능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은 박정희다. 박정희는 미국이 원하는 일본과의 수교, 베트남 파병 등에서 놀라운 협상력을 발휘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본인과 추종 세력의 경제적 이득만 원했던 부패한 다른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과는 달랐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과 함께 미국이 대놓고 반대하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는 박정희 혼자만의 업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박정희 집권 이후 김종필 등 군부 세력 일부는 양심적이고 지혜와 통찰력이 있는 여러 인물들을 영입했다. 이들이 대한민국 보수를 구성하면서 점차 그 유능함이란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부재는 이들의 몰락을 가속화 시켰다.
그래도 이러한 군부 독재세력의 유능함은 노태우와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졌다. 김영삼 정부가 군부 세력을 축출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마저 감옥으로 보내면서 그 유능함은 이제 문민정부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군부 세력과 함께 대한민국 보수 정치세력의 중심이었던 관료와 언론은 어느새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더 이상 통하지 않은 자신들의 유능함이 무너져내리는 걸 봐야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말 대한민국에 몰아닥친 IMF 외환위기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민주화 인사들이 정치 세력으로 합류하긴 했다. 김대중 정부는 유능한 민주주의자인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로운 혁신 동력이 될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다. 안보에서도 이미 유능함을 보여준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더욱 파격적이지만 실리를 챙기는 행보를 통해 김정일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 정책 집행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조선일보가 이승만을 전면에 내세울 때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보수층에서 주의깊게 바라보는 이들은 드물었다. 오히려 IMF 이후 한국인들 일부에서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났다. 보리고개를 힘겹게 넘겨야 하던 시절을 벗어나게 해준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오히려 보리고개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었다.
사상 첫 정권교체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수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고 말았다. 민주화 세력에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보수는 이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근대화를 이끌어낸 대한민국의 반공주의와 군부독재시절의 전체주의에 가까운 그 고리타분한 이념 말이다. 특히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 집권기에 대한민국은 경제에서도 일취월장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과 김영삼 정부 시절 수교를 맺은 동구권과 중국, 그 중에서도 중국과의 수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ICT 분야도 성장을 주도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이 많은 제도를 만들어내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의료보험 제도 만큼이나 국민들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놨다. 다만, 빈부격차는 IMF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아픈 대목이었다. 빈부격차 심화 속도를 복지제도가 따라가질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세력이 선택한 인물은 이명박과 박근혜였다. 둘 다 사이좋게 연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현대건설 출신의 이명박이 경제를 제대로 살릴 거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둘 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 사드 배치 등 안보에 실패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갔다. 유능함이 사라졌다. 유능함을 대체할 게 필요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은 극단적인 혐오와 선동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5.18 왜곡 발언, 4.3 제주사태에 대한 폄훼 발언 등 극단적인 보수 인사들이 보수 세력의 주축이 돼갔다. 그리고 이러한 편향된 이념이 이승만으로 집결하고야 말았다.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민생을 챙기던 대한민국의 유능한 보수는 이제 이념에만 집착하는 세력으로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러한 이념 집착이 대한민국 보수의 건강한 성장과 나라와 국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념에 따른 혐오와 극단적인 선동은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켜 혼란과 불안을 야기한다. 보수란 정치세력은 어느 나라에서나 늘 사회의 안정에 무게중심을 둔다. 사회 구성원 절대다수가 그걸 보수에게 기대하곤 한다. 대한민국 보수가 살 길은 이승만이 아니라 예전의 유능함을 되찾는 것이다. 이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만 폄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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