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와 언론

[이승만 다시보기 2] 국부는 필요한 것일까?

by 통일동이 2024. 2. 28.
728x90

 미국은 조지 워싱턴이 있고 중국엔 마오쩌뚱이 있다. 소련에는 레닌이 있었다. 국부로 추앙하는 인물이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을 포함하지만 여러 독재국가에는 반드시 존재한다. 심지어 한반도 북쪽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김일성이 왕조의 시초인 국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부는 한자로 '나라의 아버지(國父)'란 의미인데 일차적으로 임금을 뜻하고 두 번째로는 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이 있는 어른을 가리킨다. 미국은 독립전쟁 후 대통령제를 시행하면서 당시 총사령관이던 조지 워싱턴 장군을 임금으로 옹립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공화정을 나라의 근본 체제로 선택한 미국 헌법의 아버지들은 임금 대신, 국민이 간접적으로 뽑는 임기제 대통령을 행정부 최고 지도자로 삼았다.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 내걸린 마오쩌뚱의 초상화

 

 레닌과 마오쩌뚱은 일반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독재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각기 소련 공산당과 중국공산당을 설립했다. 노동자 당인 공산당이 독자적으로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을 모두 행사하는 정치체제로서의 소련과 중국 건국의 지도자였기에 마찬가지로 국부로 불릴 만하다. 더구나 중국의 마오쩌뚱과 함께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북한의 김일성 역시 그런 명분으로 국부의 지위에 오른 인물들이다. 국부에 오른 인물은 화폐에 얼굴이 들어가기도 한다. 영웅에 가까운 대접을 받으며 추종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조차 국부라 부를 만한 인물이 없다. 미국 역시 조지 워싱턴을 국부로 추앙하지만 영웅시하진 않는다. 

 

 대한민국에도 현재까지 국부는 존재한 적이 없다. 가장 적합한 인물로 독립운동과 초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이 거론되지만 국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의 독재를 무너뜨린 4.19 혁명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그 정신이 들어가 있기에 이승만을 국부라 칭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만다. 

 

 상해 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끈 백범 김구 주석이나 대한민국 근대화의 아버지라 평가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국부의 후보에 오를 만하지만 여직껏 대한민국 정부에서 국부로 불린 적이 없다. 

 

 조선왕조가 대한제국을 거쳐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받고 망하면서 우리는 나라를 잃고 말았다. 새로운 나라 건설을 위해 1919년 3.1 만세운동이 전국에 걸쳐 일어나면서 당시 모두가 외친 것은 '대한독립 만세'였지, '대한제국 독립만세'가 아니었다. 헌법에 명시된 3.1운동은 곧바로 해외 각처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단체를 상해 임시정부로 단결하도록 강제했다. 그리고 모두가 합의한 정치체제는 입헌군주제가 아닌, 민주공화정이었다.

 

 해방 후 우리 민족의 절실한 과제는 미국과 소련이 남쪽과 북쪽에서 실시한 군정을 대체할 한반도 전체의 민주공화국 건설이었다. 그러나 이승만과 김일성은 각자 자신의 뒷배인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남과 북에 각기 자신들의 정부를 세워 결과적으로 분단에 이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정으로 헌법 상 국부가 없다.

 

 결국, 이러한 분단은 당시 심화되던 냉전의 와중에 미소 대리전의 양상으로 한반도를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일성의 남침이 더 큰 잘못이겠지만 분단이 결국 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만은 삼척동자도 다 알 만큼 분명했다. 전쟁 중 이승만과 김일성은 정치 보복을 사주하거나 묵인하면서 이념을 알지 못하던 많은 양민을 학살했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젊은 피도 이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휴전 후, 독재에 매진하던 두 사람은 각기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한다면 김일성을 비판할 근거가 사라져 버린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위대한 점은 국민이 앞장서서 이를 개척해왔다는 점이다. 그러한 노력마저 깡그리 무시될 수 있기에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이승만을 복권하거나 옹호하려는 재평가 작업 자체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보수세력은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고 있다. 심지어 기념관도 건립하고 1950년대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으로 다큐 영화를 선보이며 선동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나 북한처럼 독재를 미화하는 행태밖에 안됨에도 이러한 일을 벌이는 것은 결국, 일부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일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