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늘 그래왔다. 경쟁국의 등장에 민감했고 사전 조치를 통해 처절하게 경쟁국의 성장이나 추월을 막아왔다. 하지만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번 경쟁국은 과거의 경쟁국과 차원이 다르다. 이미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고 부유했던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기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됐다. 1776년 독립선언 이후 영국과의 힘겨운 전투 끝에 겨우 독립에 성공했던 신생국 미국은 19세기 내내 확장을 거듭했다. 19세기 중반 남북전쟁이라는 내전까지 겪은 후에는 조금 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태평양 연안으로 영토를 확장한 미국은 제조업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태평양 너머 아시아로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처럼 식민지에 눈독을 들이진 않는다. 이미 넓은 영토를 가졌기 때문이다. 다만, 진출을 위한 거점이 필요했기에 태평양 정가운데에 있는 하와이를 식민지로 만들고 아시아의 거점으로는 스페인과 전쟁을 거친 후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는다. 이들 나라는 너무 작거나 이미 다른 나라의 식민지였던 곳이지만 둘 다 태평양과 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었다. 특히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일본과 합의 하에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기도 했으며 러일전쟁을 중재하는 등 아시아에서의 패권국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던 미국이 신흥 제조업 국가를 맞딱뜨리게 된다. 바로 독일이다. 1871년에야 유럽에서 통일 왕국으로 출발한 독일은 무서운 속도로 공업화에 성공한다. 하지만 식민지를 갖기에는 너무 늦었다. 미국처럼 광대한 영토를 갖고 있지도 않다. 그 대신 인구도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많고 제조업 경쟁력도 점점 발전해 나가면서 영국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출발과 동시에 프랑스와 전쟁을 벌여 박살낸 독일육군은 당시 세계 최강의 면모를 갖췄다. 미국과 직접 부딪힐 일이 없던 독일은 20세기 초반 몰아닥친 민족주의 열풍과 무기경쟁 및 강대국 간 합종연횡에 따라 마침내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전쟁에 돌입한다. 1차 세계대전이다.
유럽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19세기 초의 다짐 속에 미국은 철저히 중립을 지킨다. 그러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참전하게 됐고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일조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된다. 부자나라 클럽에 입성한 셈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국을 대상으로 채권국이 된 것인데 이후 유럽에서도 목소리를 조금씩 높이게 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른다. 영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후 강력한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잃게 됐으며 독일은 무장을 포기했고 프랑스 역시 결코 과거의 지위를 되찾지 못했다. 특히 소련과 함께 얄타체제를 만든 미국은 자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포함해 여러 서구 국가들의 식민지를 독립시켰다. 또한 제국주의를 부르고 식민지 쟁탈전과 함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만든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고 미국 스스로를 전 세계 수출 시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자유무역주의를 실천했다. 말 그대로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자국의 거대 시장을 활짝 개방해 서유럽 국가들을 위시한 아시아 여러 동맹국의 경제를 성장시켜준 것이다.

다만 소련은 예외였다. 얄타체제 성립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이었던 소련은 공산주의 종주국으로 전후 미국과 대결 아닌 대결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직접 전쟁을 하진 않았다. 소련은 경제적으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으나 군사력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 우주 개발 등에서도 미국을 앞설 만큼 강력했던 덕분이다.
하지만 소련은 결국 미국의 경제 공세 끝에 몰락에 빠져들고 만다. 이미 전 세계 바다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여러 척 띄운 후 자유무역을 뒷받침할 정도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갖춘 미국과 달리 소련은 1960년대 최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제였다.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10여년 간 전쟁의 늪에 빠져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경제가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1991년 소련은 해체되고 러시아를 제외한 여러 공화국이 독립하면서 몰락하고 만다.

군사력에서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차지한 미국이지만 미국 역시 1980년대부터 일본이라는 강력한 경제대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무역 적자를 더 이상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호전적인 나라가 아니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은 일부러 환율을 올리기로 했고 이에 따라 미국으로의 수출을 감소시키면서 무역적자 해소에 일조하게 된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과 함께 장기 침체를 맞아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의 면모는 잃어버리고 만다.
1990년 걸프전쟁으로 정점을 찍은 미국의 세계 지위는 닷컴버블 등 혁신 경제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보이던 초강대국의 면모는 조금씩 잃어간다. 제국의 숙명인 것일까. 전쟁과 무기는 돈을 먹는 하마다.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는 결국 경제부터 망가지는 법이다. 19세기 이후 강력한 제조업 강국이었던 미국은 20세기가 다 지나기 전에 제조업 강국의 지위를 일본, 서독, 한국, 대만에 조금씩 나눠주더니 2000년대 들어서 중국에 이 지위를 통째로 내주고 말았다.
중국은 어느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를 합쳐놓은 것 만큼이나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다. 인구 규모는 세계 정상급이다. 어마어마한 사람 수와 거대한 공장을 곳곳에 세울 수 있는 영토 크기 때문에 기존 제조업 강국을 모두 능가해 버린다. 그나마 전성기 시절 미국조차도 이 중국의 인프라에는 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미 크게 커버린 중국을 미국이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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