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 문명을 개척했다고 하지만 지리와 기후, 그리고 그에 따른 자연환경으로 인한 영향은 여전히 막대하다.
전 세계에서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지만 전쟁 또는 기후 변화로 식량 공급선이 당장 끊긴다면 척박한 자연 환경으로 농업이 여의치 않은 나라들은 굶을 수밖에 없다. 인구를 부양할 토대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반도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정말 흥미로운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단군 할아버지의 부동산 투자 실패를 거론하며 한반도에 자리잡게 된 조상들을 원망하는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러나 산동반도는 물론, 요서와 요동, 그리고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살던 우리 조상들에게 한반도는 나름 훌륭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산동반도 일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춘추전국시대의 전쟁과 혼란을 피해 한반도를 선택했다. 진시황제의 폭정과 이후 한-초 내전도 마찬가지다.
만주와 연해주는 가보면 알겠지만 무척 춥고 척박한 편이다. 옥수수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벼농사는 힘들었다. 결국 한반도 중부 이남의 평야 지대와 일본 땅이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한식의 기본은 쌀이다. 쌀밥과 함께 각종 야채, 고기 등 반찬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한반도가 일본과 연결돼 있던 빙하기 이후 척박한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관계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도 한정적이었다. 다양한 먹거리가 필요했다. 응용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밥과 간이 된 찬은 훌륭한 음식이다. 국 역시 발달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분배 기능도 뛰어났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소의 살코기를 먹고 내장도 섭취했다. 뼈는 물에 푹 고아서 골수까지 영양분을 빼먹었다. 맛도 훌륭했다.

한반도와 만주 일대는 콩의 원산지다. 당연히 콩을 활용한 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만주와 몽골 평야, 북중국을 제외하면 목축에도 적합하지 않다. 단백질 공급원으로 콩은 훌륭한 대체품이었다. 특히 콩과 소금 등을 활용한 발효음식인 장도 발명해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했다. 발효식품답게 국, 무침, 수육 등 여러 요리에 쓰인다.
중국도 고려장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는 역사책 내용이 있다. 중국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장을 발전시켰고 일본 역시 미소란 이름의 된장을 지금까지 먹고 있는데 고려의 말장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모두 삼국시대 때 이야기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혹독한 사계절 때문에라도 음식 보존과 저장은 중요한 과제였다. 콩을 된장으로 변화시켜 오랜 시간 먹을 수 있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치는 야채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먹은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젓갈, 곡식(찹쌀풀) 등을 곁들이고 조선 중기 이후에 전래된 고추를 가루로 내 추가하면서 오늘날의 김치로 변했다. 김치는 단백질과 유산균, 그리고 각종 비타민이 많은 건강식으로 오늘날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 됐다.

한국인의 이러한 능력은 산나물과 같은 야생 야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요리법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된장국과 밥, 그리고 이러한 산나물만으로도 한국인은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크고 무거운 몸에 놀라운 신체 능력과 응용력으로 지능까지 갖춘 사람들이 됐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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