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러 삼각동맹은 실체가 없다. 이들 국가 지도자가 한데 모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한 것은 삼각동맹처럼 보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들 세 국가가 마침내 과거 냉전 시절처럼 이해관계를 함께하게 된 것처럼 인식하는데 이는 오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냉전 붕괴 이후 이들 세 나라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했고 냉전 기간보다 더 길게 수십년 간 다른 경험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냉전시절과 달리 이념도 체제도 이제 동일한 국가들이 아니다.
이들 세 국가에 대해 북한을 중심으로 풀어봤다. 북한은 냉전이 끝난 이후 홀로 왕따를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바로 옆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하는 등안 자력갱생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다.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생존이 불가능해지면서 탈북민들도 급증했다. 지금까지도 이 여파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냉전 시절 도움을 줬던 소련도 완전히 민주주의 국가인 러시아로 변하면서 경제와 안보 모두 불안한 처지였다. 특히 정권 생존을 위한 핵 개발에 성공하면서 핵 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한 북한은 이제 안보는 챙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기회가 됐다.
이런 상황에 중국은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 줄 듯 말 듯 경제 지원에 인색하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이 못마땅했던 셈이다. 이번 전승절 기념식 참석에 북한과 러시아 지도자들을 나란히 세우며 의전을 최고로 대우한 이유다.
그러나 중국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북한과 러시아와 한묶음으로 인식되는 건 또 싫다. 그야말로 불량국가 취급받는 두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지탄받고 있는 러시아나 핵무기까지 보유하면서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북한과 친하게 보여서 좋을 게 없다. 더구나 이를 빌미로 한국이 미일동맹에 완벽하게 편입되면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세계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중국과 손잡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에 존재감도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얻었다. 최근 두 나라가 보인 행태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중국은 계속 이들 국가와는 거리를 두려 할 것이다. 전승절 초청과 의전은 관계 유지 차원일뿐, 삼각 동맹을 맺는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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