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66년만이다.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함께 모인 것이다. 각국마다 전승절이 다른데 1945년 9월 3일 오카무라 야스지 일본군 중국파견대 사령관이 항복문서를 당시 중국 국민혁명군에 전달한 날을 중국은 전승절로 삼았다. 현재 대만의 국민당이 당시 중국을 대표하는 집권세력이었는 데도 중국 정부는 이날을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다.
1917년 첫 번째 공산혁명에 성공한 러시아는 전 세계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으로 거듭나고 각국 공산주의 세력을 지원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한 소련은 당당한 승전국이 된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중국에서 공산당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대륙을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한반도 북쪽을 지배한 김일성은 소련의 지원으로 공산주의 정부를 세우게 된다. 북한은 중국 내전에 물심양면으로 공산당을 지원했고 마침내 1949년 10월 베이징에 입성한 마오쩌뚱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통해 중국과 소련의 지원으로 미국을 비롯한 UN군에게 패배할 뻔했던 북한은 존립이 가능해졌고 급속도로 경제를 성장시킨다. 1959년까지는 이들 세 나라가 서로에 대한 우호와 신뢰를 가졌던 상태였다. 여기에 공산주의 북베트남의 호치민까지 함께한 위 사진을 보면 저 때가 강력한 공산주의 동맹이 유지됐던 때로 기억할 수 있다.
이런 연합은 이듬해 깨지고 만다. 특히 중국과 소련의 연해주 지역 국경분쟁과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 및 개혁개방 움직임에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뚱이 반발하면서 수십년 간 두 나라는 냉전 아닌 냉전 상태가 지속돼 왔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는 민주주의국가로 거듭났지만 중국은 자본주의는 도입해도 민주주의 도입은 애써 막아왔다. 북한도 두 나라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듯 생존하다가 냉전 종식과 함께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 여러나라들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받아들이면서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하면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아왔다.
그 사이 중국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뤘고 러시아마저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북한은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하면서 꽤나 많은 걸 얻어낸 듯하다. 특히 핵 보유국이 되면서 북한은 이제 생존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 됐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제재로만 대응하고 있다. 중국에도 반도체 등 기술 관련한 경제제재와 관세 등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타격감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 역시 핵 보유국에 경제제재 완화에 매달리던 과거와 달리 러시아, 중국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듯 하다.
이제 미국의 패권이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진 상태임을 북중러 세 정상의 만남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무역 관세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 유지마저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연합과 일본 등은 겉으론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애쓰는 듯 보이지만 이제 미국 이후의 세계 질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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