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천년 간 이어졌던 조공외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현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따른 관세 조치를 살펴보면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조공외교는 말 그대로 작은 선물로 큰 선물을 받는 경제 관계라는 점이다. 초기에는 당연히 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나라를 상대해야 했다. 큰 나라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황제는 떠받들어지고 관대한 조치로 평화를 유지해야 할 임무를 받게 됐다. 그러다보니 원치 않아도 작은 나라들에 많은 경제적 베풂에 나서야 했다.
당연히 주변국가들은 책봉을 받고 경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조공외교란 국제질서에 편입되길 원했다. 여기에 들어오지 않은 나라도 있었지만 손해를 볼 뿐이었다. 조선, 월남, 유구국 등이 대표적이었고 서역이라 불리던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도 중국과 조공무역을 했다.
언제까지고 주변국을 약탈할 수도 없는 데다 평화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한반도에 대해서는 대외 정복이 활발한 적이 수나라와 당나라 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반도 지배권은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나라도 마찬가지였고 금나라는 아예 초반부터 조공무역을 원했고 괜히 한반도를 침략해서 지배하려 들진 않았다. 원나라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몽골도 수십년 간 한반도를 온전히 지배하지 못했고 나중에 고려는 부마국으로 원의 지배세력에 편입됐을 뿐이다.
명도 초반에 무리한 요구를 하곤 했으나 결정적으로 한반도를 대놓고 건드리고나 침략하진 못했다. 여진이 다시 한 번 후금을 세우고 나서도 그랬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초반의 갈등 상황이나 전쟁을 겪은 후, 이렇게 귀결돼 왔다.
유럽은 오랜 시간 보호무역과 식민지 쟁탈전으로 국지전을 벌여왔다. 로마제국 몰락 이후 1000년간 이어져온 역사다. 그럼 지금은 달라졌을까. 결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그 결과물이다. 지구를 놓고 큰 규모로 펼친 이들 국가 간 전쟁을 끝내면서 미국이 들고나온 게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작동한 자유무역체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주던 조공무역과 비슷하게 미국은 대국답게 전 세계 수출을 받아들여줬고 패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이 모든 게 힘겨워졌다.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패권 질서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약탈적인 패권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나 쇠퇴하는 나라에 그런 패권은 사치품일뿐이다. 어리석게 다시 전쟁을 벌이고자 하지 않는다면 결국 결제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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