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인 데다 한강이 수도인 서울을 관통해 강원과 충청, 그리고 경상도까지 이어져 예로부터 수송이 원활했다. 그 대신 도로 사정은 형편없었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프랑스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이미 식민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틈새를 노리던 신생 산업강국 독일의 한 정부 관계자가 한반도를 찾았다. 한반도를 돌아다니며 지형을 살핀 그는 독일 정부에 보고하기 위한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험한 지형으로 가득한 곳은 도로도 제대로 깔리지 못한 상황이라 식민지로서는 자격 미달이라는 내용이었다. '우아한 루저의 나라'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만큼 한반도는 만주와 함께 산악 지형이 많으면서 동시에 강과 산이 횡으로 연속되면서 남북을 횡단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곳이었다. 이러한 지형을 이점으로 고대부터 중국 등 외부세력의 침략을 잘 막아오기도 했다.
그나마 제국주의 원조국답게 영국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비슷한 시기 중국과 일본을 거쳐 한반도를 처음 방문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배 여행을 통해 강으로 이동하는 여정을 기록했다. 한양에서 송파나루를 거쳐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곳곳에서 숙박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미 강과 바다를 통한 교통이 효율적으로 이어져 있던 당시 한반도의 옛 지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개발과 토목이 아니라 지형을 잘 보전해서 이용할 줄 알았던 옛 조상들의 슬기로움도 느껴볼 수 있다.
해방 이후 전쟁을 거치면서 모든 것이 파괴된 후 대한민국은 한반도 남쪽에서 도로 확충에 나선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는 한반도 남부 지형은 물론, 도시의 탄생과 몰락을 가져왔다. 충청권 중심도시였던 공주와 영남권 중심도시였던 상주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새롭게 대전과 대구가 각기 새로운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한강을 이용하던 교통과 수송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렇게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공장이 건설되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더럽고 냄새 나는 하수도 기능을 하던 청계천을 숨기기 위해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건설했다. 이런 토목 사업이 한반도 남쪽 곳곳에서 시행됐다. 하지만 반대로 강은 조상 대대로 남겨졌다. 수도권과 영남권의 공장 폐수 때문에 한강과 낙동강 하구는 오염됐지만 중상류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공장 폐수를 정화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정화 작업을 벌이면서 강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다만 서울에 있던 한강은 전두환이 88올림픽 유치 이후 유럽의 강을 모방한 반듯하면서도 콘크리트 제방으로 가로막힌 형태로 바꾸면서 자연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 1960년대까지 모래사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서울 시민의 피서지로 인기를 끌던 한강은 그렇게 인공강으로 바뀌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강이 됐다.
이명박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현대건설을 다니며 토목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가 서울시장이 되면서 청계천 복원에 나선다. 토목 분야에서 업적을 쌓는 것은 정치에서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다. 청계천 복원으로 찬사를 받게 된 이명박의 다음 타깃은 강이었다. 그렇게 대통령까지 노리던 그가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새로운 공약으로 내세우게 된다. 이를 통해 주목받은 대통령 후보가 된 그가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제 한강과 낙동강을 잇고 금강과 영산강마저 이어 새로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는 업적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운하가 필요없다.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이미 경부고속도로와 삼면이 바다인 상황에서 굳이 내륙을 운하로 연결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적에 집착하던 이명박은 대통령이 됐다가 광우병 파동에 대운하 반대로 시민들이 집결하자 대운하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말뿐이었다. 말을 바꿔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서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임기 내에 4대강 사업을 완수한 그는 퇴임했다. 이명박과 그 소속 정당은 이후 4대강 보로 인한 수질 악화와 홍수 예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게 됐지만 이를 외면했다. 오히려 이 업적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다.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는 토목사업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과 대선 경선을 치른 보수 정치인 홍준표는 물을 가둬도 배가 다니게 해서 배 하부의 스크류를 돌려 산소를 공급해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발언에 코웃음을 쳤다. 그럴 거면 기포발생기 수만개를 설치해야 가능하지 않겠냐는 반문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합리적이었던 이명박 소속정당 정치인들은 이후 4대강 보 해체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정치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낙동강 보에 갇힌 물에 녹조현상이 발생하면서 그 독소가 인근에 사는 주민은 물론, 농작물에도 축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제서야 해당 정당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업적에 미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훌륭한 자연유산을 해치고 강을 파괴한 어리석은 짓을 하루 빨리 되돌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MBC PD 출신 언론인 최승호 감독의 영화 <추적>을 바탕으로 했다. 이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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