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냉전이 심화했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여전히 19세기 제국주의 잔영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인도처럼 큰 나라나 베트남처럼 실력까지 갖춘 나라에서는 자연스레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핵심 이익에 대해서 영국이나 프랑스 모두 아직 내놓을 의지가 없었다. 영국에 인도는 이제 큰 나라인 데다 자칫 내전에 휘말릴 위험이 컸다. 프랑스도 베트남은 직접 싸워보니 이제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을 만큼 강해진 상태였다.
영국은 서둘러서 인도에서 빠져나왔다. 인도에서 저지를 갖가지 음모와 이간질로 더 이상 무굴제국 당시처럼 한 나라가 되긴 어려운 상태였던 이 나라에서 영국은 재빨리 철수했고 독립을 인정해줬다. 베트남에 재진입했던 프랑수군은 일본군과의 전투를 거친 데다 원래 지역 강국이었던 베트남의 전쟁 수행 능력을 얕보다가 큰 코를 다치고 결국 항복하듯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식민지는 여전히 유지하고 싶었다. 영국은 지중해와 중동 및 아시아를 이어주는 수에즈 운하에 대한 지분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던 상태였다. 특히 보호령이었던 이집트가 독립한 데다 영국 역시 해외 파병 부대 유지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던 터였다.
1955년 당시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는 냉전에서 벗어나 비동맹주의를 추구하면서 북아프리카와 아랍 민족들의 독립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자국 농업경제 발전을 위해 아스완 댐 건설에 들어갈 비용 조달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때마침 이듬해 영국군이 이집트에서 완전히 철수하자 나세르 대통령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한 후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아스완 댐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오랜만에 영국과 프랑스가 다시 손을 맞잡게 된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분노한 영국과 알제리 등 자국 식민지의 독립운동에 개입하는 이집트가 미웠던 프랑스다. 하지만 UN이 있던 시절이다. 대놓고 이집트를 침략할 순 없었다. 결국 당시 신생 독립국으로 이집트를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던 이스라엘과 손을 잡게 된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략하면 여기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수에즈 운하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기로 한 것이다.
1956년 10월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기습 침공하면서 시나이 반도를 점령해버린다. 영국과 프랑스는 사전 약속한 것처럼 이스라엘과 이집트 양국에 선전포고를 한 후 수에즈 운하로부터 양쪽으로 20마일씩 물러나라고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당연히 이에 응했고 이집트는 자국땅이기에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공격하는 양상이 된다. 이에 이런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것에 발끈한 미국과 이집트를 지원하던 소련이 나선다. UN을 통한 이들 두 강대국의 개입에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물러나게 된다.
이 전쟁을 통해 소련은 아랍을, 미국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날에 이른 결과다. 어쨌든 이 전쟁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이 지역에서 패권을 거의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란 전쟁 역시 이스라엘이 미국을 이용해 벌인 전쟁이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형국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에 대해서는 동맹국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역시 그동안 상대방을 향한 끊임없는 공격에 이어 인접 국가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난 받고 있다.
어쩌면 이란 전쟁은 미국이 마지막으로 이 지역에서 패권을 행사하려다 실패한 전쟁이 될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전쟁으로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중동 내 패권을 종식시킨 후 존재감을 키운 이집트나 이스라엘과 달리 이번 전쟁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도 그 영향력이나 국가 이미지에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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